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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05~27. "기울어진 숨", 탈영역 우정국 전시 작업노트]



“어머니의 얼굴이 빨갛다. 어머니가 삼킨 말도 빨갛다.
아버지의 등이 휘었다. 아버지가 삼킨 말도 휘었다.
오빠의 손이 차갑다. 오빠가 삼킨 말도 차갑다.
동생이 숟가락을 던졌다. 동생이 삼킨 말이 나뒹굴었다.”

나는 일상생활에서 발설하지 못하고 삼켜버린 말들에 표정을 담아 그리고 있다.
언어가 형태가 있거나 만질 수 있는 시각적, 촉각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그것이 내포한 뜻만으로도 심리적 유추가 가능하다. 언어는 기억을 소환해 정신과 몸이 반응케 한다.
삼켜진 말은 언어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입안에서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무형의 존재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혼과 같은 결이다.
삼켜진 말들은 시시각각 여러 형태로 변화한다. 시선에 따라 장소도 내용도 표정도 바뀔 수 있으며, 수면 아래의 기억까지 환기시켜 경험, 상황, 분위기 등에 맞춰 유동적인 형상을 만들어 낸다.

이번 전시에는 “일상생활에 삼켜진 가족 간의 말”에 대한 작업을 보여주고자 한다.
개개인의 환경이나 성격마다 조금씩 차이는 존재하지만, 사람의 성격과 인생은 가정환경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이는 자신의 선택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 혹은 타의적으로 정해진다.
보편적인 한국의 가족 형태로 봤을 때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말을 삼키는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정해진 권력 앞에 강하게 맞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이 아닌 가족일 경우에는 작은 반항만이 최후의 수단이 된다.
부부가 되었지만 남편은 남의 편인지 내 편인지, 아내도 아~ 내편인지 네편이지, 인생의 3분의 1을 서로 모르고 살다가 인생의 나머지를 서로 알며 살아야 하는 환경에서 수 많은 일들과 감정이 맞닿게 된다. 아이가 생기면 아이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의 증폭제 역할을 하게 된다.
형제자매가 있는 가정은 어릴 때부터 은밀한 권력 구조 속에서 비교와 차별에 맞서야 한다.
한 부모 가정에서는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의젓하게 자라야 한다.
‌그 밖에 다양한 케이스의 가족형태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인생보다 자식의 삶을 위해 살아간다.
부모의 희생을 보며 자란 자식의 마음 한구석에는 알게 모르게 죄의식이 심어져 자신의 삶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부모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부모 또한 자식이 커가는 과정 안에서 곁눈질로 눈치를 살피게 된다.
온전히 원하는 나의 삶과 부모님이 기대하는 삶. 어떤 선택을 하던 가정이 무너지지 않겠지만, 선택의 길에 놓인 순간부터 행선지를 잃은 채 매일 내 감정을 부수어 내며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위치에 놓인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마주하며 삼켜버린 말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별것 아닌 일에서 시작해 별의별 일로 끝나는 사소한 다툼, 심상한 분노와 흥분, 폭발 등 다양한 상황으로 치닫는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에서 삼켜진 말들을 수집하여 재구성해 설치와 드로잉으로 선보이고자 한다.

 “자신의 감정을 가장 순수하게 드러낼 수 있는 상대는 가족이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을 가장 순수하게 드러내기 어려운 상대도 가족이다.

나를,
서로를
가장 잘 알지만
어쩌면 가장 모르는
그 이름은 가족.”



[작가노트-2018]

기억은 언제나 나를 기만한다. 

아는 단어가 새삼 낯설게 느껴지는 기억의 균열, 초면인 줄 알았던 사람이 구면임을 깨닫는 기억의 소환, 감정 이입을 하며 읽었던 문장에 대한 기억의 실종과 도단, 그로 인해 오는 기억의 침략과 불안, 생생하고 낱낱이 모든 것을 기억하려 할수록 
나를 그리고 당신을 상실한다. 

기억은 나를 넘어선다.   

나는 일상생활에서 발설하지 못하고 삼켜버린 말들에 표정을 담아 회화, 설치 드로잉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은 학습된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며, 프레임에서 벗어난 새로운 잣대를 거부하며 타인과 같지 않으면 고독하다고 느낀다. 
거리의 표정 없는 사람들은 하얀 모니터 앞에서 당신을 제약하고 있으며, 당신은 자신의 감정, 자신의 생각을 자기 고유의 것으로 경험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삼켜진 나라”라는 가상의 세계를 통해 언어의 자유를 구현하고자 한다. 

내가 발설하는 언어들은 나의 감정과 항상 어긋나는 지점이 있었다. 
발설한 언어로 나타난 그림의 표정은 과거의 것이 되어 버려 온전하지 않게 되었고 나는 불안을 느낀다. 불안은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해서가 아닌, 언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 자체에 대한 불안이다.  

언어의 자유는 타인과의 분열과 불균형에서 시작한다. 

나는 이미 익숙해진, 싸늘하게 솟구친 소외감과 싸운다. 
현실에서 생성된 다양한 상실감이 모여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지만, 나의 발은 이곳, 현실에 붙어 있다. 
현실에서 가상 세계를 바라볼 때 생성되는 또 다른 상실감. 이러한 이중의 상실감은 현실 세계를 더욱 뚜렷이 경험하게 한다. 

삼켜진 나라는 언어의 자유를 꿈꾸는 가상의 나라이면서 현실의 이면을 재현하고자 한 나라이기도 하다.  

시대의 소음은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소음으로 당신 안에 존재하고 있던 고유의 기억과 순수한 상상의 통로가 막혔다. 내 안에 있는 기억과 말이 강하고, 
순수하며, 
무엇보다 진실되다면 익사하고 있는 당신의 기억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 믿는다. 


[Artist note]

Memory always deceives me.

Memory ruptures when a familiar word feels uncanny all of a sudden, and memory is recalled the moment one realizes that someone they’ve met is actually someone they know. Memory of a deep empathetic sentence is lost and disappeared, followed by a sense of the invasion and anxiety of memory. The more I try to remember every single memory clearly, the more I lose myself and you.

Memory transcends myself.

I imbue expressions to swallowed words that haven’t been expressed in daily life, conveying them in paintings and installation drawings.

I believe that we live in a society which respects the freedom and diversity of expression. However, most people fear deviating from the learned frame, rejecting any new standards outside of the structure, feeling isolated when they’re different from others. The expressionless people on the streets constrict you in front of the white monitor, and you no longer experience your feelings and thoughts as your own.

I attempt to portray the freedom of language through the imaginary world called “Swallowed Nation”.  The languages that I spoke have always been inconsistent with my feelings. The expression of the paintings appeared in the spoken language and become something of the past, incomplete, and from this, I feel anxiety. Anxiety is not because language is not freely used, but comes from the condition itself of not being free from language.

Freedom of language begins from rupture and imbalance with others. I battle the cold soaring walls of alienation which I have already grown accustomed to. I dream of a free world embracing the various feelings of loss generated in reality, but my feet are attached to the very ground, here and now. Another sense of loss is produced when looking at an imaginary world from reality. Such dual aspect of loss makes us experience the real world in an even clearer way. The swallowed nation is an imaginary state which dreams of the freedom of language, as well as a site that represents the other side of reality.

The noise of the times is inevitable This noise blocked the passage of pure memory and imagination within you.  I believe that if the memories and words in me are strong, pure, and above all, true, they will open a new horizon for your drowning memories.

[2018] -영문 두산갤러리 제공






[작업노트 - 2017]




"혼(魂)잣말"


나의 작업은 타인과의 대화 중 발설하지 못하고 삼켜버린 말들에 표정을 담아 그리는 것이다.
한 공간에서 같은 주제로 대화를 하더라도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이 생성되는 지점에 주목하고 이 과정에서 ‘삼켜진 말’은 소멸되지 않고 기억과 감정이 뒤섞인 하나의 혼(魂)이 되어 대기 중에 부유한다는 가설을 세운 채, 대상을 바라본다.

“삼켜진 말들은 긍정적인 면보다 어두운 이면을 가진 말들이 대부분이다.”

타인과의 관계 맺음에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밖으로 비치지 않았을 뿐이지 그 수는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거나 방치한 채 살아가고 있다.
나 또한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며 끝내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무리에서 어설프게 걸쳐진 존재로 살아왔고 공동체 관계가 짐 지우는 무언의 폭력 속에서 나의 의지, 생각, 행동들을 습관적으로 억눌러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남들과는 다른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스스로 정해놓은 틀 안에 자신을 가두어 버렸으며 이러한 심리적 방어기제를 통해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틀 안에서 지속적으로 타인의 생각과 외부 상황을 관찰하게 되었고 이러한 관찰 행위는 단순히 그럴 것이라는 매우 주관적이면서도 추상적인 관점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통한 재구성된 허상이란 것을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행위가 측정 불가한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자신에겐 침묵해온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장치가 되었다.

작업마다 나오는 속박된 형상들은 삼켜진 말들의 이면이다.

삼켜진 말들은 각각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어 그에 맞는 배경이나 상황, 형상 등의 이미지를 수집하여 구성하였고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 안에 양가적 감정의 속성의 면면을 드러내고자 했으며 무의미한 것들이 쌓이고 이내 부서져 버리는 느낌을 내기 위해 지우고 그리는 과정을 반복해 얇게 쌓듯이 작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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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2014]

나의 작업은 만질 수 없는 풍경과 무질서하게 흩어진 기억의 드로잉이다. 
무의식 중에 쫓은 이미지들을 모아 즉흥적으로 나열하기도 하며,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을 추적해 상징적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생경하거나 날것의 느낌을 담아내기 위해 흔히 쓰지 않는 재료를 이용해 꾸준히 실험 중이며,  그간 해왔던 개인적 이야기들을 일방적으로 표출한 작업에서 더 나아가 감상자와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작업으로 발전시켜 나아가려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였고(2008), 현재 동대학원에 재학중이다. 
2008년 동덕아트갤러리, 미술의 향방展을 시작으로 16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별일 아니다(2014년_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외 총 2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2012년 스토리아트 레지던시 1기와 2013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7기(장기)로 입주했으며, 2014년 소마미술관 아카이브 등록, 2015년 포트폴리오박람회에서 우수작가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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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rk consists of drawing intangible landscapes within murky, scattered memories. I follow my subconsciousness to collect images I encounter both within and outside myself. I express whatever images and memories repeat themselves in my mind. To capture the unfamiliar and the raw, I use uncommon art materials and experiment relentlessly. Whereas previously, my work has been a purely personal endeavor and an act of personal expression, I now wish to evolve and develop an engagement–an exchange of emotions and ideas between myself and the audience.

Received her undergraduate degree in Fine Arts at the School of Visual Arts of the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2008), and is currently pursuing a graduate degree at the same institution. Participated in more than 16 group exhibitions since her first exhibition, "Direction of Art” in 2008 held at Gallery Dongduk Art. Also, held two solo exhibitions including “Nothing Happens” at Cheongju Art Studio in 2014. Won and moved into the Story Art's residency in 2012 as their pioneer class and long term residency at the Cheongju Art Studio in 2013 as their 7the class. Chosen to be named on the SOMA Drawing Center Archive in 2014 and slected as the Outstaniding Artist at the Seoul Art Foundation in 2015